pixiv의 しろたあか님의 앙상블 스타즈 2차 창작 소설. 허가를 받아 번역했습니다.

원문 링크는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7602334

커플링은 슈미카.

스타페스 스토리의 네타바레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오역, 비문, 오탈자 지적 환영합니다. 감상은 원작자님의 페이지에 남겨주세요.



원문 캡션

스타라이트 페스티벌의 슈 씨와 미카쨩의 이야기.

감정은 복잡한 것이기에, 가령 기쁘다고 생각하면서도 여전히 여러가지 감정도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쓴 이야기입니다.



***



그의 메인테넌스를 하지 않는다면, 하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평소와는 다른 수건의 감촉. 짐이 적은 살풍경한 방. 몇 년 전까지는 내 방이었던, 직물도 인형도 없는 방이 너무나도 스산하게 느껴졌다.

나른함은 여전히 있지만, 오한은 사라진 것 같다. 오늘의 라이브가 끝나면 컨디션이 나빠져, 택시를 타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그대로 안방으로 옮겨져버렸다.

카게히라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안방에 들어설 일이 없는 카게히라는 현관에서 "스승님 쉬어라" 하고, 맡겼던 마드모아젤을 안은 채 걱정스레 손을 흔들고 있었다.

"제대로 식사를 해야지" 라고 간신히 말하면, "괜찮데이~" 라며 웃었다. 그는 과연 정말로 음식을 섭취하는 걸까. 타인만큼 자신을 돌보지 않는 그가 걱정되어, 몸을 일으켜 침대에서 내려왔다.

창문을 들여다보면, 아직도 주변은 새하얗다. 눈 때문인지, 밤에는 검은색보다는 밝은 자주색에 가까웠다.

별채의 전기는 꺼져있다. 시계를 보면 0시가 지났다. 그는 잠든 것일까.

약 먹기 전에 먹으라고 억지로 죽을 먹었던 건 20시였다. 그때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혹시 전기 요금을 아끼려고 또 전기조차 켜지 않았던 건 아닐까.

난방은 켜져 있을까. 씻으러는 들어갔을까. 제대로 머리를 말렸을까. 오늘의 라이브로 몸을 해치지는 않았을까. 저것도 아직 다 낫진 않았으니까.


일단 생각하기 시작하면 계속해서 궁금증이 늘어나, 가디건을 걸쳐 입고 소리가 나지 않는 실내화를 신고서 방을 나왔다. 빠른 걸음으로 복도를 걸어 정원에 있는 별채로 향한다.

별채는 부모에게 작업실을 갖다고 말해, 중학생 때 정원에 세워진 것이다. 3LDK의 구조는 카게히라가 오자 약간 어수선해졌지만 문제는 없다. 거기는 이제 세상에서 제일 편안하고 소중한 곳이다.

눈과 밤바람에 몸을 떨며 별채에 도착해, 분부대로 잠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

방 안은 제대로 따뜻했다. 물이 얼면 힘드니까 난방을 하라고 작년에 여러 번 가르쳐서 다행이었다. 그게 아니라면 마드모아젤을 같이 둔 게 효과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거실의 문을 열면, 밝은 불빛 속에 카게히라가 있었다.

닫히지 않은 커튼 너머로 창문 안으로 내리쬐는 눈의 빛깔. 마드모아젤은 언제나 앉는 자리에 똑바로 앉아있고, 마드모아젤 전용 탁자에는 작은 찻잔까지 놓여있다.

카게히라는 고개를 숙인 채 소파에 앉아 있었다. 앉은 채로 잠들어버린 것일까. 얇고 검은 실내복. 슬리퍼를 신고 있지만, 드러난 발목은 추위에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카게히라,"

살며시 이름을 부른다. 반응은 없었다.

거실에 들어가 카게히라의 옆에 선다. 그래도 카게히라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다만 옅은 어둠 속에서 금빛과 푸른빛의 눈만이 유리구슬처럼 빛날 뿐이었다. 하얀 피부는 도자기 같고, 긴 속눈썹도, 가는 목도 하나같이 인형 같았다.

숨을 죽이고 카게히라를 지켜본다.

속눈썹이 때때로 오르내리는 것과 가슴이 조금씩 움직이는 것이 보이지 않았다면, 그는 진짜 인형 그 자체였다.



옛날.

옛날에 나는 때때로 이렇게 진짜 인형처럼 있는 카게히라를 좋아했다.

귀에 익지 않은 억양으로 시끄럽게 떠드는, 얼굴만 예쁜 카게히라라는 글러먹은 인형을 거슬린다고 생각하고, 반대로 태엽이 멈춘 인형처럼 움직이지 않는 것을 행운마냥 생각했다.

얼굴만은 빼어나게 아름다운 카게히라는 입만 다물면 고가의 귀한 구체관절인형 같았고, 그 얼굴을 바라보면서 그에게 어울리는 아름다운 의상을 생각하는 것은 행복이었다.

인형 같은 그를 조금이라도 오랫동안 깨우지 않으려고, 정적 속에서 레이스를 뜨기도 했다.

---왜 그가 이렇게 되는지는 생각조차 하지 않은 채.



"카게히라"

목소리에 조금 힘을 실어 이름을 부른다. 그 소리에 반응해, 딱 하고 그의 인형으로서의 시간이 멈춘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깜박, 깜박 하고 눈을 깜박이더니 카게히라는 완만하게 고개를 든다.

금색과 푸른색의 눈이 나를 비춘다. 번쩍, 하고 한 번 깜박이더니, 유리구슬에 빛이 들어왔다.

"어라, 스승님 무슨 일이고?"

와 여 있노? 아, 혹시 이제 아침...... 아이다, 밤이네. 깜짝 놀랐데이. 그렇게 말하고  언제나처럼 실실 웃음지으며, 카게히라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일어선 채 살짝 검은 머리에 손을 뻗으면, 카게히라의 눈이 고양이처럼 기분좋게 가늘어졌다.

"...목욕은 한 것 같군"

그렇게 말하자 "제대로 씻었데이. 머리도 말렸구" 하고 자랑스럽게 대답한다.

"식사는?"

"배 안 고팠으니까, 안 먹었나?"

남의 일처럼 대답하면서, 그보다도, 하고 카게히라는 말을 계속한다.

"스승님은 안 쉬어도 되나? 밖에 춥데이? 안된다, 따뜻하게 안 하면 또 감기 걸린데이."

따뜻하게 하겠다며 잡은 손은 오히려 카게히라의 것이 차가웠다.

"이 봐라, 손 이래 뜨거운데. 아직 열 있다 아이가?"

"네 손이 차가울 뿐인 것이다."

잡은 손을 곧 떼어내려 했지만, 반대로 그 손을 잡고 멈췄다.

"너는,"

멍하니 어린 얼굴이 나를 본다. 자기 자신을 돌보지 않고 오직 인형사를 위해 온 힘을 다해 인형으로 있는 카게히라.

"너는 아까 무슨 생각을 했지?"

물어보면 "응아?" 하고 빨갛고 얇은 입술이 바보같은 소리를 냈다.

"왤까~ 왠지 그냥 멍하니 있었는데"

사실, 대답은 알고 있었다.

"뭔가 잊어버렸데이"

그렇게 말하고, 샐쭉 웃는 것도.



그렇다고 눈치 챈 건 언제였을까. 꼴사나운 패배, 니토의 탈퇴, 카게히라의 헌신. 아마, 플라워 페스티벌 근처였던 것일까. 그때조차도 아직 제대로 파악하고 있질 못한 자신에 기가 막힌다. 외형밖에 사랑하지 않는다는 반 친구의 말대로다.

거의 하루종일 카게히라가 인형으로 있었던 적이 있었다. 그 모습은 아름다웠지만, 그 이상으로 무서웠다. 불러도 대답하지 않고, 그저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며, 카게히라는 내 방 벽에 기댄 채 앉아 있었다.

밤이 깊어가고 아침이 와서야 카게히라가 "무슨 일 있나 스승님아?" 하고 고개를 든 순간 안도했다. 그런가 하면, 그 때도 대답은 마찬가지였다.

"뭔가 잊어버렸데이" 라고.

그리고 인형이 될 때마다 물어본다. "잊어버렸다" 라고 대답한다. 그러다가 눈치챈 것이다. 아마 그는 몸이 아닌 어딘가를 심하게 다친 것을. 그 상처를 잊기 위해 그는 잠시 인형이 되어야만 하는 것을.

잊어버렸다는 말대로, 그는 잘 잊어버린다. 그래서 그가 무엇에 상처를 받았는지, 나는 모른다.

예쁘게 예쁘게 다듬은 외견 깊숙히, 촘촘하게 꿰매져 가는 상처들을.

그렇지만 오늘은-- 오늘 일이라면.



"오늘의 라이브는"

그렇게 운을 떼자 순간 카게히라의 얼굴이 인형처럼 변했다. 거기에 확신을 가진다.

"잘... 해 주었구나"

카게히라의 모양 좋은 눈썹이 스르륵 내려간다.

".......따지고 보면, 전부 내 탓인걸"

감기에 걸린 것을 아직도 후회하고 있는 것이다. 이브이브 라이브 때도 나오겠다고 우기고 말을 안 들었다. 식사도 하지 못하고 잠도 못 자고, 밤새 울고 또 울었다.

그리고 간병한 내가 컨디션을 무너뜨렸으니 더욱 그런 것이리라.

"전부, 전부, 내가 미안하데이"

미안, 스승님. 고개를 숙여 카게히라가 사과한다.

"몇번이나 말하지만, 네게 무리를 시켜 몸을 망친 건 내 관리 책임이다. 네게 잘못은 없어"

쥐고 있던 카게히라의 차가운 손끝이 겨우 조금 따뜻해졌다.

"게다가, 그 덕분에-- 드디어 과거의 앙금이 풀렸어. 다시는 주어지지 않을 무대와 노래가, 우리들의 등을 밀어주고 앞날을 축복해줬다. 전부, 네가 아니었다면 실현할 수 없는 것이었어."

고맙다, 카게히라. 그렇게 말하자, 눈썹을 축 내린 채 카게히라가 머쓱하게 웃고는 고개를 저었다.

"아이다. 내는 암것도 안 했데이."

슬픈 목소리. 슬픈 얼굴. 하지만 곧 "스승님이 상냥하면 왠지 걱정된데이. 역시 자러 가야 하는 거 아이가?" 하고 밝은 목소리와 미소로 바뀌고, 손을 잡은 채 카게히라는 소파에서 일어섰다.

"봐라, 마드누나도 졸리구..."

"카게히라, 내게 말하고 싶은 건 없나?"

불안과 걱정으로, 카게히라의 금빛과 푸른빛이 흔들린다.

"......할 말? 그런 거 듣고 싶나?"

"나는 눈치가 없는 거 같으니까. 사람의 마음을 잘 헤아릴 수 없어"

그렇게 상처를 줬다. 지키기 위해서, 계속.

"스승님 역시 열 있다"

안 그러면 그런 말 안 한데이. 눈썹을 구부린 채 카게히라는 웃는다. 웃으며 "그냥 자자" 하고 재촉한다.

"암것두 없다. 이제 늦었으니까, 자자. 응?"

조르듯이 달래는 목소리를 뿌리치고, 카게히라를 본다. 똑바로 본다. 보이기 싫은 모습을 파헤치는 건 무례한 자들의 행태지만, 아무렇게나 꼬인 실은 한번 풀기 시작하지 않으면 고칠 수 없다.


"스승님아"

뭔가를 견디듯이 서글픈 얼굴을 하고서. 그것을 보이지 않으려고 가슴에 머리를 묻는다. 이어진 손을 꼭, 하고 강하게 쥐었다.

"스승님, 오늘 라이브, 즐거웠다."

밝은 목소리였다.

"스승님이랑 나즈나 형아랑 셋이서, 옛날처럼 해냈다"


셋이서 노래하고 춤추고. 하지만 옛날보다 훨씬 좋았다. 완벽하다곤 할 수 없어도, 이번엔 제대로 노래했다. 서로 들려주고, 울려퍼지고. 나와 스승님의 낮은 목소리에 나즈나 형아의 소프라노가 들어갔을 때..... 역시 굉장히 아름다웠다.


카게히라의 말에 오늘 라이브를 떠올린다. 꼭 꿈 같았다. 꿈을 꾸는 듯했다. 카게히라가 있고, 니토가 있다. 잘못을 용서하듯이 울린 세 사람의 목소리.

"내, 생각했데이. 여가 진짜라고"

붙잡은 손에 힘이 들어간다.

"이거야말로 Valkyrie라고. 이것이 스승님이 원했던 Valkyrie라고. 스승님, 나즈나 형아가 없는 Valkyrie는 자신의 Valkyrie가 아니라 캤구. 그 말이 맞다. 그거, 이제 내도 깨달았다"

세게 쥐고 있는 게 신경쓰였는지, 카게히라가 손을 뗐다. 숨을 내쉬고, 들이마쉬고.

"나즈나 형아한테 돌아와달라고는 안 카나?"

고개를 들지 않은 채, 카게히라는 계속 말한다.

"내가 부탁해볼게. 얼마든지 고개를 숙여서라도. 스승님 졸업까지 얼마 안 남았잖나? 스승님은 내한테 Valkyrie를 물려줄라 카지만 Valkyrie는 스승님 거다. 내는 스승님의 완벽한 Valkyrie가 좋데이. 내만 갖고는 역시 안 된다. 내만으로는 완벽해지지 않는다. 그니까......"

목소리는 점점 작아져가더니, 끝내 사라졌다. 카게히라의 손을 더듬으면 제 바지를 세게 쥐고 있었다. 꼭 붙잡아 중심에 주름이 진 검은 천.


"너는 그런 것을 생각하고 있었군."

설마 그런 일을 생각하고 있었나 싶어, 약간의 실망과 분노를 섞은 목소리를 내자, 불안하게 흔들리는 눈동자가 이쪽을 보았다.

"너는 니토와 다시 세 명이서 활동하고 싶은가?"

금빛과 푸른빛의 눈동자는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스승님은"

"나는 상관없어. 네 의견을 듣고 싶다."

"내는......"

그렇게 또 카게히라는 고개를 숙인다. 젖은 깃털 같은 머리밖에 보이지 않아서 초조하게, 앙상한 양 어깨를 잡아 얼굴을 들게 했다.

"너도 Valkyrie이다. 카게히라 네가 그걸 원한다면 나도 노력하지"

어째서, 하고 그 표정은 호소했다. 어째서, 어째서. 이런 일은 지금까지 없었는데, 왜 물어볼까.

"스승님은 그쪽이"

"내가 아니야. 너는 어떻게 하고 싶은지를 물었다"

반복해서 말하면, 눈동자가 흔들리는 채로 침묵한다. 금빛과 푸른빛의 눈동자에는 차라리 비난해달라는 듯한 기색이 떠올라 있었다. 참아왔던 것인지, 표정이 슬픔에 휩싸인다. 입술이 덜덜 떨렸다. 

"내는, 셋이서"

목소리가 떨리고 있다.

셋이서, 다시 한 번 중얼거리면 두 눈에 솟구쳐온 눈물이 순식간에 주륵주륵 흘러 뺨을 타고 떨어져내렸다.

"내는, 싫다"

내뱉아버린 말에 자기가 상처받은 것처럼 눈을 휘둥그레 뜬다.

그렇지만 다시, "싫어" 라고 똑바로 말하고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부딪치듯 매달려왔다.

"싫어! 내, 싫다!"

오열과 함께 토로하는 본심. 아이처럼 "싫어! 싫어!" 하고 울고 기댄다.

절망 속에 있을 때, 자신은 괜찮다고 일어서서 분주하게 돌아다니곤 했었다. 자신보다도 큰 몸을 지탱하며 걸어왔던 것이다. 그리고 드디어 다시 무대에 선 것이다. 그 등을, 머리를 쓰다듬는다.

싫다고 싫다고 어린아이 같이 우는 소리가 애처로웠다. 마른 몸을 껴안았다. 흐느끼는 몸은 뜨거웠다. 고동은 요란하고, 오열과 함께 떨고 있었다. 성가신 그 모든 것이 사랑스러웠다.

"카게히라"

"스승님, 미... 안, 미안..."

싫어, 나, 싫어. 사과하면서 그렇게 우는 카게히라를 꼭 껴안았다. 그가 곪은 솜을 토해낼 때까지 계속.


통곡은 오랫동안 이어졌다. 연보랏빛 밤을 둘이 소파에 앉아 보냈다. 울다 지친 카게히라는 아이처럼 잠들었다. 그가 일어나면 전하자.

내가 목표로 한 Valkyrie는 다시 돌아오지 않음을. 돌아가는 것도 원하지 않음을.

그리고, 네가 만든, 너와 나의 Valkyrie가, 내 희망임을.


단단히 꿰맨 실을 풀고, 휑하니 열린 구멍에 부드러운 솜을. 그렇게 너를 정말로 아름답게 만들어준다면, 나는 진짜 인형사가 될 수 있을까.





END



'소설번역'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방] 녹발녹안 미메틱 소녀 (すな님 작)  (0) 2020.10.14

+ Recent posts